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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볼만한 영화·드라마 추천 — 혼영족이 OTT에서 깊이 몰입하기 좋은 5편

혼자 보기 좋은 영화·드라마를 편집자 R이 직접 추렸습니다. 그녀(7.8)·패터슨(7.1)·버닝(7.4)·리틀 포레스트(7.6)·노멀 피플(8.1)까지, 옆 사람 신경 안 쓰고 끝까지 몰입할 작품과 어디서 볼 수 있...

📋 이 글에서 다루는 것
  • 혼자 볼 작품, 뭘 기준으로 골랐나
  • 그녀(Her) — 외로운 밤에 가장 위로가 되는 SF
  • 패터슨 —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자꾸 보게 되는 영화

혼자 영화 보는 날이 저는 제일 편합니다. 옆 사람 표정 살필 필요도 없고, 울고 싶으면 그냥 울고, 멈추고 싶으면 멈추고, 마음에 드는 장면은 두세 번 돌려봐도 누가 뭐라 안 합니다. 누군가와 같이 보면 ‘재밌었어?’ 하고 서로 눈치를 보게 되는데, 혼자 볼 때는 그 작품이 온전히 제 것이 됩니다.


그래서 혼자 볼 작품은 고르는 기준이 좀 다릅니다. 친구랑 같이 보면 지루하다고 핀잔 들을 만한 느린 영화, 끝나고 한참 멍하니 앉아 있게 만드는 영화, 대사보다 침묵이 더 많은 영화 — 이런 게 혼영족한테는 오히려 보석입니다. 이 글에서 추린 다섯 편은 전부 ‘혼자라서 더 좋은’ 작품들입니다.


영화 네 편, 드라마 한 편을 골랐고, 각각 어떤 기분일 때 맞는지, 어디서 볼 수 있는지, 어떤 사람한테는 안 맞을 수 있는지까지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평점·연도·출연진은 전부 TMDB에서 확인한 실제 데이터입니다.


영화 그녀(Her) 공식 포스터 — 호아킨 피닉스 스파이크 존즈 연출🔍 크게 보기
ⓒ TMDB

혼자 볼 작품, 뭘 기준으로 골랐나

혼자 보는 영화의 핵심은 ‘몰입을 방해받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 가지를 봤습니다. 첫째, 호흡이 느려도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있는가. 둘째, 보고 난 뒤에 혼자 곱씹을 여운이 남는가. 셋째, 옆에 누가 있으면 오히려 집중이 깨지는 종류의 감정선인가.


그러다 보니 액션 블록버스터나 떠들썩한 코미디는 자연스럽게 빠졌습니다. 그런 건 사람들과 같이 봐야 더 재밌으니까요. 대신 한 사람의 내면을 천천히 따라가는 영화, 일상의 결을 들여다보는 영화, 감정이 조용히 차오르는 드라마를 골랐습니다.


장르도 일부러 섞었습니다. SF 로맨스(그녀), 잔잔한 일상(패터슨), 묵직한 미스터리(버닝), 힐링 드라마(리틀 포레스트), 청춘 멜로(노멀 피플)까지. 그날 기분에 따라 골라 볼 수 있게 분위기를 다르게 배치했으니, 본인 상태에 맞는 걸 집으면 됩니다.


그녀(Her) — 외로운 밤에 가장 위로가 되는 SF

스파이크 존즈 감독의 2013년작 ‘그녀’(TMDB 평점 7.8)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는 남자 테오도르의 이야기입니다. 호아킨 피닉스가 테오도르를 연기하고, 사만다 목소리는 스칼렛 요한슨이 맡았습니다. 화면에 한 번도 안 나오는 배우가 목소리만으로 한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만드는데, 이게 정말 설득됩니다.


혼자 보기에 이만한 영화가 없는 이유는, 이 영화가 다루는 감정이 정확히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이기 때문입니다. 누가 옆에 있으면 오히려 민망해질 만큼 솔직하게 외로움을 들여다봅니다. 파스텔톤 미래 도시의 화면도 예뻐서, 불 끄고 혼자 보면 화면 속으로 빨려 들어갑니다.


다만 사건이 빵빵 터지는 영화를 기대하면 안 맞습니다. 126분 내내 한 남자의 내면을 따라가는 영화라, 자극적인 전개를 원하는 분에겐 느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요즘 좀 외롭다’ 싶은 밤에는 이만한 친구가 없습니다. 왓챠 등에서 볼 수 있는데, OTT 제공 여부는 시점마다 바뀌니 보시는 앱에서 한 번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영화 그녀(Her) 공식 스틸 — 호아킨 피닉스가 연기한 테오도르🔍 크게 보기
ⓒ TMDB

패터슨 — 아무 일도 안 일어나는데 자꾸 보게 되는 영화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2016, TMDB 7.1)은 버스 기사이자 시인인 패터슨의 평범한 일주일을 그립니다. 애덤 드라이버가 패터슨을, 골쉬프테 파라하니가 아내 로라를 연기합니다. 정말로 큰 사건이 없습니다.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비슷한 하루가 반복되고, 그 사이사이 패터슨이 노트에 시를 씁니다.


그런데 이게 혼자 보면 묘하게 위로가 됩니다.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시선이 영화 내내 흐르는데, 정신없이 사는 평일 끝에 혼자 틀어놓으면 호흡이 가라앉습니다. 113분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라, 잠들기 전에 보기 좋습니다.


대신 ‘그래서 어쩌라고’ 싶을 만큼 잔잔한 영화라 호불호는 분명합니다. 빠른 전개나 반전이 필요한 분에겐 지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번아웃이 온 것 같은 날, 아무 자극 없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때는 이 영화만 한 게 없습니다. 혼자 보면서 ‘나도 내 하루를 이렇게 들여다봐도 되겠다’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영화 패터슨(Paterson) 공식 포스터 — 애덤 드라이버 짐 자무쉬 연출🔍 크게 보기
ⓒ TMDB

버닝 — 끝나고 며칠 생각나는 이창동의 미스터리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 TMDB 7.4)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 드라마입니다. 유아인이 종수를, 전종서가 해미를, 스티븐 연이 정체 모를 남자 벤을 연기합니다. 14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무언가 일어날 듯 말 듯 한 긴장이 계속 깔립니다.


이 영화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혼자 봐야 합니다. 같이 보면 ‘그래서 벤이 한 거야 아니야?’ 하고 서로 묻게 되는데, 그 질문이 오히려 영화의 여운을 깨뜨립니다. 혼자 보고 며칠 동안 곱씹으면서 ‘그 장면이 그런 뜻이었나’ 하고 혼자 퍼즐을 맞추는 게 이 영화의 진짜 재미입니다.


계급, 분노, 무력감 같은 묵직한 정서가 화면 아래에 깔려 있어서 가볍게 보기는 어렵습니다. 결말이 친절하게 정리되는 영화를 원하는 분에겐 답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 나서 오래 남는 영화를 찾는다면, 한국 영화 중에 이만큼 곱씹게 만드는 작품도 드뭅니다. 혼자만의 해석을 가져갈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버닝 공식 포스터 — 유아인 스티븐 연 전종서, 이창동 감독🔍 크게 보기
ⓒ CGV아트하우스

리틀 포레스트 — 지칠 때 혼자 보면 마음이 풀리는 영화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2018, TMDB 7.6)는 도시 생활에 지친 혜원이 고향으로 내려와 사계절을 보내며 직접 밥을 지어 먹는 이야기입니다. 김태리가 혜원을, 류준열과 진기주가 고향 친구를, 문소리가 엄마를 연기합니다. 큰 갈등도 극적인 사건도 없이, 계절 따라 음식 만들고 밭 가꾸는 장면이 이어집니다.


혼자 볼 때 이 영화의 진가가 나옵니다. 화면에 나오는 음식이 너무 정성스럽게 찍혀서, 보다 보면 진짜로 배가 고파지고 마음이 차분해집니다. 103분 동안 ‘나도 좀 쉬어도 되겠다’ 하는 허락을 받는 느낌이라, 일에 치인 날 혼자 틀어놓기 딱 좋습니다.


물론 서사적 긴장을 원하는 분에겐 심심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보다 분위기와 감각으로 채우는 영화라, 또렷한 줄거리를 기대하면 밍밍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로가 필요한 날, 따뜻한 차 한 잔 옆에 두고 혼자 보기에 이만한 힐링 영화가 없습니다. 넷플릭스·왓챠 등에서 제공되는데, 시점에 따라 바뀌니 보시는 앱에서 확인하시면 됩니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 공식 포스터 — 김태리 류준열, 임순례 감독🔍 크게 보기
ⓒ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노멀 피플 — 혼자 정주행하기 좋은 청춘 멜로 드라마

영화만 추천하면 아쉬우니 드라마도 한 편 넣었습니다. ‘노멀 피플’(2020, TMDB 8.1)은 아일랜드 작가 샐리 루니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12부작 드라마입니다. 폴 메스칼이 코넬을, 데이지 에드거존스가 마리안을 연기하는데, 두 배우 다 이 작품으로 단숨에 주목받았습니다. 한 회가 30분 안팎이라 부담 없이 한두 편씩 보기 좋습니다.


고등학생 때 만난 두 사람이 대학을 거치며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는 이야기입니다. 이게 같이 보면 좀 민망할 정도로 감정이 솔직하고 밀도가 높아서, 혼자 봐야 온전히 빠져듭니다. 두 사람의 미묘한 거리감, 말 못 하고 어긋나는 순간들이 너무 잘 그려져서, 한 편 보면 다음 편을 안 누를 수가 없습니다.


다만 청춘의 연애 감정에 집중한 드라마라, 강한 사건이나 스릴을 원하면 안 맞습니다. 또 친밀한 장면이 꽤 있어서 가족과 함께 보긴 애매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혼자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감정선 깊은 멜로를 좋아한다면, 주말 밤에 혼자 정주행하기에 더없이 좋습니다.


드라마 노멀 피플 공식 포스터 — 폴 메스칼 데이지 에드거존스🔍 크게 보기
ⓒ TMDB

오늘 기분에 맞춰 한 편 고르기

다섯 편을 다 추천했지만, 솔직히 그날 기분에 따라 맞는 게 다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외롭고 위로가 필요한 밤엔 ‘그녀’, 번아웃이 와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을 땐 ‘패터슨’, 머리를 굴리며 곱씹고 싶을 땐 ‘버닝’입니다.


일에 지쳐 따뜻하게 쉬고 싶을 땐 ‘리틀 포레스트’, 감정 깊은 멜로에 푹 빠지고 싶은 주말 밤엔 ‘노멀 피플’을 고르면 됩니다. 다섯 편 다 떠들썩한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서 혼자 볼 때 더 빛납니다.


공통점이라면 전부 호흡이 차분하고 여운이 길다는 점입니다. 자극적인 전개를 원하는 분에겐 안 맞을 수 있으니, 본인이 어떤 상태인지 먼저 가늠해 보고 고르시면 실패가 없습니다. 혼자만의 시간이 아까운 분이라면, 이 중 한 편으로 오늘 밤을 채워보시길 바랍니다.


비 오는 날 감성 영화 추천 TOP 6 보러 가기

혼자 보는 영화는 누구와 비교할 필요도, 추천 받을 필요도 없는 온전히 내 취향의 시간입니다. 오늘 소개한 그녀·패터슨·버닝·리틀 포레스트·노멀 피플은 전부 옆 사람 눈치 안 보고 푹 빠질 수 있는 작품들이니, 그날 기분에 맞는 한 편을 골라 불 끄고 천천히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다음에는 비 오는 날에 어울리는 감성 영화나, 손에 땀 쥐게 하는 스릴러처럼 또 다른 상황별 추천으로 찾아오겠습니다. OTT마다 제공 작품은 시점에 따라 바뀌니, 보시기 전에 앱에서 한 번 확인하시는 걸 잊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