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2026)를 기다리면서, 혹은 보고 나서 “비슷한 작품이 뭐가 있을까” 하는 분들을 위한 추천입니다. 나홍진 감독의 SF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각각 다른 방식으로 “인간과 알 수 없는 존재의 대결” 혹은 “고립과 공포”를 다룬 작품 5편을 골랐습니다.
추천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나홍진 특유의 “원인을 알 수 없는 공포”를 공유하는 작품, 또 하나는 SF·미스터리·스릴러 장르 안에서 고립된 공간과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호프와 가장 직접적으로 이어지는 작품은 나홍진 감독의 직전 장편 곡성(2016)입니다. 전남 곡성군 산골 마을, 외지인의 등장, 의문의 사건들, 그리고 끝까지 밝혀지지 않는 공포의 정체 — 구조 자체가 호프와 상당히 겹칩니다. 다만 곡성은 공포·미스터리 장르이고 호프는 SF를 추가했습니다.
곡성을 안 봤다면 호프 전에 반드시 보는 것을 권합니다. 나홍진 감독이 “고립된 마을에서 알 수 없는 존재와 대결하는 인물”을 어떻게 그리는지 이해하는 데 가장 좋은 사전 학습입니다. 황정민이 무당 일광 역으로 출연했다는 점에서 호프와의 연결고리도 있습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Arrival, 2016)는 외계 생명체가 지구에 도착했을 때 인류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언어학자의 시점에서 그린 SF입니다. 외계 존재와의 소통이라는 점에서 호프의 “의문의 존재”와 맞닿습니다.
두 영화 모두 “적과 아군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SF를 추구합니다. 컨택트는 외계인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그 존재를 이해하려는 과정에서 인간의 인식론적 한계를 보여줍니다. 호프 역시 단순한 침략자 vs. 방어자 구도가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AMY Adams 주연, 러닝타임 116분.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열차 안이라는 극도로 고립된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호프가 고립된 항구마을 호포항을 배경으로 하는 것과 구조가 유사합니다. 좀비(의문의 존재 공격)에 맞서는 생존자들, 그 안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 — 장르적 쾌감과 감정적 몰입을 동시에 제공하는 한국형 재난 영화의 교과서입니다.
부산행은 1,156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호프도 나홍진 감독의 대작으로서 비슷한 수준의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의문의 존재와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나란히 보기 좋은 작품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2003)는 장르적으로는 다르지만,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나홍진 감독의 작품들과 정서적으로 맞닿습니다. 15년 감금 이후 복수를 위해 움직이는 남자의 이야기이지만, 그 진실은 마지막까지 관객을 충격에 빠트립니다.
호프의 관람 전후에 한국 스릴러 미스터리의 계보를 짚어보고 싶다면 올드보이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칸 황금종려상 수상작이기도 하며, 2026년 호프의 칸 경쟁부문 진출 소식과도 연결됩니다. 박찬욱 감독이 이번 칸의 심사위원장이라는 사실과 함께 보면 더 흥미롭습니다.
리들리 스콧 감독의 에이리언(1979)은 우주선이라는 고립된 공간, 의문의 외계 존재, 생존을 위한 싸움이라는 구도를 확립한 SF 공포의 원점입니다. 특히 마이클 패스벤더가 프로메테우스(2012)와 에이리언: 커버넌트(2017)에 출연하며 에이리언 시리즈와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호프에서의 패스벤더를 보기 전 이 시리즈를 함께 감상하면 흥미로운 비교가 됩니다.
에이리언의 핵심은 “알 수 없는 존재의 공포”입니다. 적이 무엇인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의 생존 — 이것이 호프의 호포항 주민들이 처한 상황과 겹칩니다. 나홍진 감독이 에이리언 계열의 SF 공포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장르적 DNA는 분명히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