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 이틀 만에 일본 필마크스 2,114건 리뷰, 89%가 3점대 이상. 로튼토마토 86%로 비평가 합격점. 넷플릭스 가스인간은 출발이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쓰고, 간니발의 가타야마 신조가 연출한 8부작입니다. 부산행에서 지옥, 기생수: 더 그레이까지 이어온 연상호의 장르 필력이 이번엔 일본 현장과 만났습니다. 원작은 1960년 도호의 특촬 영화 가스인간 제1호이지만, 2026년판은 사실상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보고 난 뒤 이 드라마가 잘 됐다고 느낀 부분과 아쉬웠던 부분이 분명하게 나뉘었습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반응 차이가 컸기 때문입니다. 직접 본 입장에서 솔직하게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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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전 괴물을 2026년 사회파 스릴러로 바꾼 방법
원작 가스인간 제1호는 말 그대로 몸이 기체로 변하는 괴물 이야기입니다. 1960년대 일본 특촬물 특유의 원자력 공포가 배경이었습니다. 2026년판은 그 설정만 가져왔습니다. 연상호·류용재 각본은 여기에 계층 격차, 조직폭력과 권력의 유착, 복수라는 인간 드라마를 얹었습니다.
TV 생방송 중 대학교수가 폭사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목격자도, 동기도 불분명한 살인 사건을 두고 형사 오카모토(오구리 슌)와 기자 코노(아오이 유우)의 시점이 교차합니다. 초반부터 "이 드라마가 단순 괴수물이 아니구나" 하는 신호를 분명히 줍니다.
사잔 올스타즈의 명곡 Ellie My Love가 키송으로 쓰이는데, 이 노래가 단순 BGM이 아니라 사건의 실마리이자 두 주요 인물의 관계를 이어주는 장치로 기능합니다. 이 지점이 꽤 영리했습니다.
전반부 3회가 가장 잘됐습니다
1~3화의 밀도가 높습니다. 사건의 실체를 모르는 상태에서 형사와 기자가 각기 다른 경로로 접근하는 구조인데, 이 두 시선이 맞물리며 정보를 조금씩 열어가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어디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몰라서 화면에서 눈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가스 상태로 이동하는 UTA의 시각적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해외 비평에서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2에서 샌드맨 장면에 비유한 리뷰가 나올 정도로 VFX 완성도가 높습니다. 배우의 움직임을 기반으로 가스 이동 효과를 합성한 방식인데, 어색하지 않고 공포스럽습니다.
오구리 슌은 베테랑 형사의 직관과 피로감을 무리 없이 소화합니다. 과하지 않은 연기가 오히려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기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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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TA의 첫 연기 — 섬뜩한 존재감
가장 의외였던 지점입니다. UTA는 패션 모델이자 글로벌 아이돌 그룹 출신으로 이 작품이 첫 연기 도전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 "연기 어색함"을 감안하고 보게 되는데, 렌 역의 UTA는 그 우려를 빗나갔습니다.
렌은 전반부에 차갑고 비어 있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감정을 최소화한 연기인데, 그 공백이 오히려 섬뜩함을 만들어냅니다. 후반부에서 렌의 과거가 드러나면서 완전히 다른 결을 소화해야 하는데, 이 부분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영화평론가들이 "첫 연기임에도 존재감이 압도적"이라고 평가한 이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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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부에서 중심이 흔들렸습니다
4~8화가 갈수록 고르지 않습니다. 초반의 SF 추리극에서 후반에는 정치·권력 유착 드라마로 무게중심이 이동합니다. 이 전환 자체는 연상호 각본의 전형적인 패턴이고 의도된 것이지만, 이번엔 두 장르 사이의 무게 배분이 매끄럽지 않았습니다.
일본 야후 리뷰에서 "후반 3회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인간극과 공포물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 평가는 타당합니다. 특히 6화 이후 조직 내 갈등 파트에서 전개 속도가 불균일해지는 구간이 있습니다.
결말은 권선징악보다는 "복수를 위해 괴물이 된 인간과, 그 괴물을 만들어낸 사회 모두에 책임을 묻는" 방식으로 끝납니다. 비극적이고 여운이 있지만, 그 결말까지 가는 과정의 밀도가 전반부보다 낮은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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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께 맞고, 이런 분께는 안 맞습니다
맞을 분 연상호의 각본 스타일(사회비판 + 장르적 긴장감 조합)을 좋아하신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부산행, 지옥 팬이라면 이 작품의 초반부가 반가울 겁니다. 일본 배우진과 촬영 스타일이 한국 장르물의 각본과 만나는 독특한 질감을 경험하고 싶은 분께도 권합니다. UTA 팬이라면 첫 연기 작품으로 기대 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안 맞을 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된 템포의 SF 스릴러를 원하신다면 후반부에서 실망할 수 있습니다. 가벼운 장르물 또는 깔끔한 권선징악 결말을 원하신다면 이 드라마는 다소 무겁고 복잡합니다. 일본 배우의 대사 전달 방식이 낯선 분이라면 초반 적응 시간이 필요합니다.
가스인간은 연상호 각본과 가타야마 신조 연출의 장점이 공존하는 동시에, 두 창작자의 스타일이 충돌하는 지점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필마크스 3.8점, RT 86%는 "잘 만든 작품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평가와 일치합니다. 전반부 3화가 주는 몰입감은 2026년 넷플릭스 드라마 중 상위권입니다. 단, 후반부까지 그 긴장감이 유지되길 기대하신다면 기대치를 조금 조정하고 보시는 편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