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으로, 이 영화 보고 극장에서 울었다. 매튜 맥커너히가 딸한테 남긴 메시지 보는 장면에서 주변 관객들도 다 훌쩍거렸다. IMDB 8.7, 한국에서만 1,031만 관객을 동원했고 재개봉할 때마다 30만 이상 추가 관객이 들어온다. 한스 짐머의 OST는 지금도 유튜브에서 "공부할 때 듣는 음악" 1위다. 과학적 고증도 킵 손 교수의 자문을 받아서 블랙홀 시각화가 실제 연구에 활용됐을 정도다. 영화 한 편이 과학 논문을 만들어낸 유일무이한 사례가 아닐까 싶다.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 추천 순위 TOP 10 | 인터스텔라부터 오펜하이머까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 추천 순위 TOP 10. 인터스텔라·다크나이트·오펜하이머·테넷 평점 비교와 입문 추천 순서.
크리스토퍼 놀란. 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놀란 영화를 극장에서 안 본 게 거의 없다. "인터스텔라" 재개봉 때도 IMAX로 두 번이나 봤고, "오펜하이머" 개봉일에 새벽부터 줄 섰다. 오늘은 놀란 감독의 전 작품을 내 개인적인 순위로 정리해봤다. 이건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 철저히 내 취향이니 다르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거다.
1위: 인터스텔라 (2014) - 영화관에서 울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밀러 행성에서 돌아온 뒤 23년치 영상 메시지를 확인하는 부분이다. 쿠퍼의 표정 연기가 진짜 압도적이었고, 시간이라는 개념을 이렇게 감정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처음이었다. 4K IMAX 필름으로 촬영된 토성 장면도 경이로웠다.
2위: 다크나이트 (2008) - 히스 레저의 전설
히어로 영화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꿔버린 작품이다.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수상했고, 솔직히 이후 어떤 조커도 이 연기를 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호아킨 피닉스 조커도 좋았지만 결이 다르다. 전 세계 10억 달러 흥행에 IMDB 역대 3위(9.0)를 기록 중이다. 극장에서 처음 봤을 때 조커가 마술로 연필을 사라지게 하는 장면에서 관객석이 얼어붙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놀란이 IMAX 카메라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첫 작품이기도 해서, 오프닝 은행 강도 시퀀스의 스케일이 기존 영화와 차원이 달랐다.
3위: 오펜하이머 (2023) - 3시간이 짧게 느껴진 영화
솔직히 "전기 영화가 재밌을까?"라는 편견이 있었다. 그런데 러닝타임 180분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 킬리언 머피의 눈빛 연기, 핵폭발 장면의 사운드 디자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반전 연기까지. 아카데미 7관왕 달성에 전 세계 9.5억 달러 흥행. 놀란 감독 커리어의 집대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트리니티 핵실험 장면에서 소리가 사라지는 연출은 극장에서 소름이 돋았다. IMAX 70mm 필름으로 촬영된 이 장면을 위해서라도 극장 관람이 필수인 영화였다.
4~6위: 메멘토, 인셉션, 프레스티지
4위 메멘토 (2000) - 놀란의 초기작인데도 완성도가 미친다. 역순으로 진행되는 서사 구조는 지금 봐도 혁신적이고, 가이 피어스의 연기가 출중하다. 제작비 900만 달러에 4000만 달러 흥행으로 놀란을 할리우드 A급 감독 반열에 올려놓은 작품이다. 처음 봤을 때 엔딩에서 "뭐야 이거?" 하고 바로 다시 돌려봤다.
5위 인셉션 (2010) - 꿈속의 꿈이라는 콘셉트 자체가 천재적이었다. 제작비 1.6억 달러에 전 세계 8.3억 달러 흥행. 회전하는 복도 싸움 장면은 실제 세트를 제작해서 촬영했다는 걸 알고 더 놀랐다. 마지막 토템 장면은 아직도 논쟁거리다.
6위 프레스티지 (2006) - 과소평가된 걸작이다. 크리스찬 베일과 휴 잭맨의 케미, 반전의 반전 구조가 정말 치밀하다. 놀란 팬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인데, 의외로 안 본 사람이 많더라. 두 번째 볼 때 복선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7~9위: 배트맨 비긴즈, 덩케르크, 테넷
7위 배트맨 비긴즈 (2005) -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시작. 배트맨의 기원을 현실적으로 재해석한 것 자체가 당시엔 혁명이었다. 리암 니슨의 라스 알 굴도 인상적이었고, "왜 우리는 넘어지는가?"라는 대사는 지금도 명대사로 회자된다.
8위 덩케르크 (2017) - 대사가 거의 없는데 긴장감이 미쳤다. 세 개의 시간축을 교차하는 구조도 놀란답고, 한스 짐머의 시계 소리 OST가 심장을 조였다. 전쟁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제시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카데미 3관왕 수상.
9위 테넷 (2020) - 솔직히 한 번 보고는 이해 못 했다. 세 번째 보고 나서야 "아!" 했는데, 이해하고 나면 천재적인 영화다. 다만 관객 친화적이지 않다는 건 팩트. 그래도 역행 개념을 영상으로 구현한 것 자체가 경이롭다. 존 데이비드 워싱턴과 로버트 패틴슨의 케미도 좋았다.
10~12위: 다크나이트 라이즈, 인썸니아, 팔로잉
10위 다크나이트 라이즈 (2012) - 트릴로지의 마무리로서 나쁘지 않았지만, 다크나이트의 임팩트에는 못 미쳤다. 톰 하디의 베인은 훌륭했는데 조커의 벽이 너무 높았다. 그래도 마지막 알프레드 장면에서 눈물이 났다. 전 세계 10.8억 달러 흥행.
11위 인썸니아 (2002) - 알 파치노와 로빈 윌리엄스의 연기 대결이 볼만한 작품이다. 놀란 특유의 스타일이 아직 완전히 자리 잡기 전이라 좀 다른 느낌이지만, 심리 스릴러로서 완성도가 높다.
12위 팔로잉 (1998) - 제작비 6000달러로 만든 데뷔작. 이 금액으로 이런 퀄리티를 뽑아냈다는 게 놀란의 천재성을 증명한다. 70분짜리 단편이지만 비선형 서사의 맹아가 이미 보인다.
놀란 영화 입문 추천 순서
놀란 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에게 추천하는 순서가 있다. 인셉션 → 인터스텔라 → 다크나이트 → 프레스티지 → 메멘토 → 오펜하이머 순서다. 인셉션으로 놀란 특유의 고콘셉트에 입문하고, 인터스텔라로 감성을 느끼고, 다크나이트로 장르 영화의 정점을 경험한 다음, 나머지를 채워가는 방식이다. 개인적으로 테넷은 마지막에 도전하길 권한다. 놀란에 충분히 익숙해진 뒤에 봐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참고로 모든 놀란 영화는 가능하면 극장이나 최소 사운드바가 있는 환경에서 보길 강력 추천한다. 사운드 디자인이 감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감독이니까.
놀란 감독은 현존하는 감독 중에서 "극장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스트리밍 시대에도 극장을 찾게 만드는 몇 안 되는 감독. 다음 작품이 뭐가 됐든 개봉일에 극장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 여러분의 놀란 영화 순위는 어떻게 되는지 댓글로 알려달라!
